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14)-10. 체질을 생각해보다 | ||||
체질과 알로스테시스 과부화의 관련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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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언어에 대해 필자가 한의학이 사용하는 언어를 새롭게 번역해야 할 당위성을 어렴풋이 인식하게 된 것은 신홍일 선생님의 「사상의학임상특강」을 통해서였다. 태양인에 있어서 오가피는 강근골을 가능케 하는데, 이때의 오가피의 강근골 효과가 다른 체질에 있어서 강근골로 표현되는 본초들과는 그 기전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인용해보도록 하겠다. “오가피가 거풍습 강근골한다고 하잖아요. (중략) 태양인 표병은 자율신경계의 병이에요. (중략) 해역은 강한 것 같은데 강하지 않고, 쓰러지는 거 보니까 약한 거 같은데 벌떡 또 일어나니까 강한 것도 같고, 그렇다고 어떤 한증이 위주로 띄는 것도 아니고 열증이 위주로 띄는 것도 아니고. (중략) 근력이 없어서 해역이 온 게 아니에요. 근데 증상의 소이연을 안보고 일단 현상만 쳐다보니까, 잘 넘어지는데 오가피를 먹여보니 잘 안 넘어지고 잘 걸어. 그래서 강근골이라고 써놓은 거죠. (중략) 그 사람이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다리에 뼈가 없는 듯이 팍 꺾이면서 넘어지는 걸 잡아주니까, 오가피가 뼈를 잡아주고 근을 잡아준다고 표현한 거죠. 근데 오가피는 근골에 작용하는 게 전혀 아니에요. 자율신경계에서 명령을 너무 급박하게 내리고 있는 것을 그러지 않게 조절해 주는 거에요.”1) 요컨대 강근골의 효과는 다양한 경로, 다양한 개입지점과 다양한 개입시점 즉, 다양한 기전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의학적 표현은 드러난 현상에 대한 관찰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만약 위의 서술내용이 사실에 부합한다면, 태양인 해역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오가피 투여에 의한 강근골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치료율은 드러난 현상을 가능케 한 ‘증상의 소이연’을 탐구하는 데 달려있다.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다음 표현은 약물이 인체에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가장 세련된 표현이 아닐까 싶다. 결과로서의 ‘강근골’이라는 표현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획득될 수 있는 결과를 압축적으로 묘사한 언어에 불과하다. 만약 기전의 차이에 대한 고민이 부재할 경우 각 본초들이 만들어내는 강근골의 기전의 차이는 소거될 것이다. 그 차이가 소거될 경우 <약>은 때로는 강근골의 효과를 만들어낼 것이나 대부분의 경우 의도한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기전의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을 경우 치료의 유효율은 현저히 저하된다. 변증은 이러한 차이를 모호하게나마 인식하고자 했던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언어 사이의 번역과 통약 불가능함에 대해 체질불변론 신경망의 배선에 의한 습관적 행태들은 후천적으로 변화가 가능할까.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체질불변의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을 반영한다. 선천은 언제까지인가를 논할 때, 단순히 출산 전후로 구분하는 것은 크게 유의하지 않을 것 같다. 신경회로가 배선되고 수초화 되는 전 과정으로 보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그 과정은 짧게는 3세고 길게는 6세까지의 과정을 거치고, 그 이후로는 신경가소성이 크게 제한되므로 길게는 6세를 선후천의 구분점으로 삼아도 될 듯하다. 그 이후로는 뇌 이하 생리적반응의 경향성은 어느 정도 굳어지게 되므로 체질이라는 말이 유효해진다. 사람은 거의 생긴대로 살 수밖에 없다. 구조에 갇힌 인간이다. 한의학에서 흐름을 중시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흐르지 않는 흐름에 가깝다. 거의, 흐르지 않는다.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서 견해가 달라진다. 무한급수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나 아주 불가능은 아닌 흐름이 체질에 대한 관점이 아닐까. 체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 알로스테시스 과부화를 체질(somato type)과 관련하여 분석한 S. Mechiel Korte의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4) 진화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같은 종(species) 내에도 매(Hawks) 타입과 비둘기(Doves) 타입으로 세부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매 타입이 보다 공격적이라면 비둘기 타입은 보다 수동적인데, 이는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해 각기 다른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타입은 모두 일정 환경 하에서 적응적 이득을 취할 수 있으므로 동일 종 내에서 두 가지 타입이 공존할 수 있었다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매 타입과 비둘기 타입의 차이가 음양의 체질적 구분에 대응하며, 나아가 각 체질이 겪게되는 질병의 자연사가 다르다는 Korte의 주장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체질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세부사항을 고려하면 두 가지 설명체계가 직대입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생병리학적 지식들에 기반하여 체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체질에 대한 한의학적 사유를 보다 심도 있고 풍성하게 만들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생리적 개체차는 인체의 여러 체계에서 음/양으로 구분될 수 있다. 가령,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은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쉽게 태과의 상태에 노출될 것이며, 이는 음양 중 양의 특성을 나타낼 것이다. 이와 반대로 오히려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분비량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들은 모두 하나의 방향성을 따라 계열화되는지, 다시 말해 음인에서는 모든 지표가 음적으로 드러나고 양인에서는 모든 지표가 양적으로 드러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특정 지표의 편차를 파악하는 일이 체질적 판단을 내리는 데 충분한지는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가 곤란하다. -------------------------------------------------------------------------------- <각주> 1) 신홍일 선생님 사상의학 임상특강p75~76,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제56기 졸업준비위원회 , 홍가비전 최연승 / 제주도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표선보건지소 공보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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