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16·최종회) - 12. 마무리 제언 | ||||
보다 친화적이고 보다 섬세한 한의학을 위하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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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새폴스키는 스트레스 및 스트레스 호르몬이 체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밝혀냄으로써 ‘스트레스성’ 질환의 실체를 드러냈다. 놀라운 사실은 정신적 작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훨씬 직접적이라는 점이다. 스트레스에 의해 분비되는 다양한 물질들은 인체 전반을 건드릴 뿐만 아니라, 보다 상위기관인 뇌의 영역들에 작용하여 시냅스회로 양상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정신신경면역학(Psychoneuro-immunology)이 다루고 있는 몸과 마음의 상관관계는 한의학도들에게는 그렇게 놀라운 소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의학에서는 생명은 정기신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지며, 마음의 건강은 몸의 건강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스트레스를 정신적인 영역에서 보다 확장하여 체내 항상성을 방해하는 내외부의 자극 일반들에 적용하여 설명하고자 시도하였다. 병인론에서 다루는 내인, 외인, 불내외인은 서로 유사한 체내 매커니즘을 경유하여 증상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국한된 논의로부터 조금 더 자유롭고, 한의학의 관점에 보다 부합된다. 알로스테시스 로드 마커(Allostatic Load Marker) Allostatic Load Score는 이들 지표들을 알고리즘에 의해 통합된 하나의 점수 체계로 환산한다. AL-score를 매기는 다양한 알고리즘이 있으며, 통계학자와 수학자들이 연구에 참여하여 현실적으로 더욱 의미 있는 점수체계를 만들어내려고 노력 중이다. 각 개별 지표를 살피는 것도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해 대답을 하자면, AL-score를 살펴보는 것이 건강과 질병을 예측하는 보다 좋은 지표라고 한다. 이는 나무 한 그루를 살피는 것보다 다양한 식물군, 동물군, 토양상태, 기후 등의 각 요소들을 살피는 것이 숲을 조망하는 더 나은 방법인 것과 같다. 즉, 건강-질병의 연속이라는 개념이 이론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건강 상태를 측정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건강 상태는 진단 상에 별다른 소견이 없으나 증상은 간간히 존재하는, 흔히 ‘스트레스성’으로 진단되는 바로 그 영역이다. 한의학에서 미병이나 아건강으로 명명하던 상태를 진단하고 예방 및 치료 차원으로 개입하여, 향후 개입에 대한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근거로써 AL-score는 아주 강력한 도구이다. 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을 연계 짓는 이론적 작업과 동시에 AL-score의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은 한의학의 근거 마련에 있어서 상당히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기능적 건강(functional health)과 삶의 질을 평가하는 SF-36 등의 설문 도구 대신 인체 매커니즘에 기반하고 있는 지표들의 총합으로서의 AL-score를 활용하면 주관성이 배제된 health outcome에 더욱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라이프 사인(Life sign) 마지막으로 필자들의 고민 한 가지를 더 다루고자 한다. 한의학에서는 라이프 사인(life sign)으로서 수면, 식사, 소변, 대변, 땀 등 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생명 현상의 기본 과정인 소화, 호흡, 순환, 배설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초·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운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생명의 기본 과정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작동하여 생리만 존재하고 병리는 존재하지 않는 과정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닌가. 생리와 임상적으로 인정되는 병리 사이에 존재하는 틈으로서 불편감(증상)이 놓여있음에도, 이 틈은 빈번히 무시된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상적 감각과 경험들에 의해 구성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의학은 의료적 관점에서 충실히 기능을 하고 있으나, 개개인의 삶에서 의학은 여전히 거칠다. 알로스테시스 개념을 동원하여 설명하자면, 내외부의 자극들은 항시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자연스러워 보이는 소화, 호흡, 순환, 배설의 운동을 삐걱거리게 할 수 있다. 기분 나쁜 말 한 마디에 식욕이 싹 사라질 수도 있다. 일상적 생활이 삐걱거릴 때마다 기름칠을 해주는 것, 그럼으로써 완전히 회복불가능의 질병상태로 빠지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우리 선조들이 애써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닐까. 우리가 한의학도로서 건강과 질병, 사람과 의학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면 일상적 생명 과정이 삐그덕 거리기 시작하는 초기 과정에 대한 매커니즘을 밝히고자 하는 연구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들이 뒷받침될 때 한의학은 보다 환자의 경험에 대해 친화적이고 보다 섬세한 의학이라는 주장이 힘을 갖게 될 것이다. ------------------------------------------------------------------------------ <미주> 1) Juster, R., McEwen, B. S., & Lupien, S. J. (2009). Allostatic load biomarkers of chronic stress and impact on health and cognition. Neuroscience and Biobehavioral Reviews, 1-15. Elsevier Lt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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