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스타틴’ 등식 깨지나
김효수 교수 "로수젯 등 복합제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확인"
LDL 콜레스테롤 등 지방성분이 혈관 벽에 켜켜이 쌓이면(죽상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이른바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이다. 고지혈증 치료는 그래서 문제의 근원인 LDL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는 스타틴(statin)이라는 약이 주로 쓰인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고지혈증 약물 치료에서 비(非)스타틴 계열 약을 추가하는 2중 복합제 처방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즉 ‘고지혈증=(고강도)스타틴’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다. 이는 스타틴이 장기 복용 시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 데다,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비스타틴 약(에제티미브) 복용이 안정성과 효용을 입증받은 데 따른 것이다.
스타틴 계열의 약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에 관여하는 HMG-CoA환원효소의 활성을 억제해 LDL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아쉬움은 스타틴 장기복용이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임상연구가 JUPITER(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2008) 스터디인데, 1만7,802명의 환자를 1.9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스타틴 투여가 당뇨병 발생을 26%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새롭게 뜨고 있는 약이 ‘스타틴+비스타틴’ 복합제다. 이는 기존의 스타틴에다가 비스타틴 계열인 에제티미브를 추가한 2중 제제. 대규모 연구 결과 에제티미브 추가한 병용요법이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심혈관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1만8,000명의 심혈관 고위험군을 7년간 추적한 IMPROVE-IT 스터디(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2014년 6월)로, 에제티미브 병용군(바이토린, 심바스타틴+에제티미브)과 스타틴(심바스타틴) 단독군을 비교한 결과 에제티미브 추가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70~55mg/dl까지 기존보다 더 낮췄더니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6.4%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에제티미브 복용에 따른 출혈성 및 허혈성 뇌졸중의 우려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이른바 ‘스타틴 이론 vs 콜레스테롤 이론’ 논전에서 콜레스테롤 쪽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고지혈증 치료는 스타틴만으로 충분하고 비스타틴 제제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면서 에제티미브를 추가하는 복합제의 등장에 잔뜩 힘을 실어준 셈.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IMPROVE-IT 연구 결과와 관련, “에제티미브 추가로 LDL 콜레스테롤을 더 낮췄을 때의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혜택을 입증한 첫 증거”라면서 “이에 따라 에제티미브 복합제가 향후 가이드라인 반영 등 굉장히 파워풀한 입지를 갖게 됐다”고 했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특허가 풀린 스타틴 제제에다 에제티미브를 더한 복합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타틴 제제로는 가장 먼저 나온 아토르바스타틴(상품명 리피토)과 약효가 가장 강력한 로수바스타틴(상품명 크레스토)이 많이 쓰이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콜레스테롤 저하 복합제로는 아토젯(아토르바스타틴+에제티미브), 로수젯(로수바스타틴 + 에제티미브), 바이토린(심바스타틴 + 에제티미브)의 3가지가 대표적이다. 이중 국내에 가장 먼저 출시된 것은 바이토린이다. 최근 들어 주목받는 것은 로수젯이다. 한미약품은 로수젯을 지난 달 초 제일 먼저 출시했다. 대웅제약 종근당 SK케미칼 한독 등 20개 안팎 제약사도 관련 제품을 뒤따라 내놓을 것으로 전해진다.
김효수 교수는 최근 국내 고지혈증 환자 410명을 대상으로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추가한 복합제(로수젯)를 비교하는 3상 임상시험(MRS-ROZE)을 마쳤다. 김 교수는 3상 결과에 대해 “로수바스타틴만 쓰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45~50% 떨어지는 데 비해 로수젯은 55~60%에 이른다”며 “에제티미브 효과로 약 10%를 더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스타틴 계열 약 가운데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가 가장 강력한 게 로수바스타틴이고 그걸 결합한 게 로수젯”이라며 “이에 따라 로수젯만 있으면 LDL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에제티미브 복합제의 이점은 스타틴 단독에 비해 더 적은 용량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빠르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로수젯의 적응증과 관련, “한 알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50~60% 떨어지므로 심혈관에 죽상경화증이 있고 협심증, 심근경색 증세가 있는 환자, CT 검사상 심장 관동맥 또는 뇌 경동맥에 기름이 끼어 있는 사람, 당뇨병 환자 등 LDL 콜레스테롤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요긴하다”며 “병이 없는 일반인 중에서 수치가 높은 사람들도 쉽게 목표치까지 낮출 수 있어 유용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고지혈증 치료는 운동이나 식이 요법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심혈관에 기름이 끼어 있는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70~50mg/dl 정도로 엄청 낮춰야 하는데, 이게 식이나 운동 요법으로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약 복용이 부작용도 없고 여러 모로 좋은 효과도 있으므로 부담 없이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스타틴 고지혈증약, 당뇨병 위험 최대 2.62배 높인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결과…심혈관질환 저위험군 복용 주의해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3분의 1이나 줄여 고지혈증 치료제로 자주 사용되는 '스타틴' 계열 약물이 당뇨병 발생 위험은 최대 2.62배나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 심혈관질환을 앓은 바 있어 재발 위험이 큰 환자들은 당뇨병 우려를 무릅쓰고서라도 이 약품을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되겠지만, 심혈관발생 위험이 적은 환자들이 사용할 경우 자칫 당뇨병 걱정도 새로 떠안아야 하는 만큼 주의가 요망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2005∼2012년 40세 이상 국민겅강보험 건강검진 수검자 중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고지혈증 환자 103만7천명의 의료 정보를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스타틴 복용군은 비(非)스타틴 약품을 복용한 비교군보다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평균 1.88배 높았다.

오래 복용할수록 당뇨병 위험도는 더 높아졌다. 스타틴 약물을 1년 미만 복용한 실험군은 비교군보다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1.25배, 1∼2년 복용군은 2.22배, 2년 이상 복용군은 2.62배 높았다.
복용 용량에 따라서는 저용량 복용군의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1.06배, 중간용량 복용군이 1.74배, 고용량군이 2.52배 높았다.
리피토(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화이자),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아스트라제네카) 바이토린(심바스타틴, 에제티미브·MSD) 등 의약품 성분명에 '스타틴'이 포함된 '스타틴 계열' 약물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고지혈증 치료제다.
고지혈증은 그 자체로 문제라기보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를 크게 높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스타틴을 복용, 해당 질환의 발생 위험성을 낮추는 치료가 보편화됐다.

NECA의 연구 결과는 미국 신장학회(ACC)와 미국 신장협회(AHA)의 '미국 고지혈증 투약지침'과 상반돼 특히 주목된다. 이들 단체는 2013년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도와 관계없이 고지혈증 환자 모두에게 스타틴 계열 약물의 투약이 권고된다'는 취지의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 지침이 내려진 뒤 국내 환자들의 스타틴 계열 의약품 복용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과잉처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적은 환자들은 당뇨병 위험을 높이면서까지 이 의약품을 복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타틴의 당뇨 부작용 정도를 산출한 첫번째 국내 연구 결과로, 한국형 스타틴 처방 지침을 마련할 때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고민정 NECA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의료현실을 반영한 건강보험 빅데이터로 스타틴의 득실을 분석한 연구"라며 "한국형 스타틴 사용지침을 마련하는 데에 이 연구가 유용한 근거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junm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5/19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