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옥칼럼

[장성옥의언어&두뇌7] 두뇌의 운동피질과 영어말하기 훈련

유니시티황 2010. 10. 7. 11:05

DIP통신  2009-06-16 17:04:16 


언어를 인지하는 두뇌기능에 대해 6회에 걸쳐 설명을 하였으며, 이번 칼럼에서는 말이나 몸짓을 하게 하는 두뇌의 운동피질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두뇌의 베르니케 영역은 영상과 소리와의 관계를 이해[인지]하여 습득한 정보(인지언어)를 브로카 영역에 저장(장기기억)하고, 브로카 영역에 있는 운동피질은 말을 하도록 성대기관을 조정한다는 점을 설명한 바 있다. 

말을 하는데 필요한 실제 정보는 뇌의 전두엽의 일부인 브로카 영역에 저장되어 있는데, 어떤 학자들은 이 영역이 두뇌의 언어 중추(LAD)라고 생각한다. 

말할 때나 글을 쓸 때 브로카 영역에 저장된 정보(장기기억)를 인출하기 위해 단어를 조합하여 문장 형태로 만들도록 브로카 영역이 도와주며, 운동피질은 성대기관 근육을 조절하여 인출한 정보를 말로 표현하게 해 준다. 

운동 피질에는 인체의 근육들과 연결되어 있는 수억 개의 뉴런이 있으며, “(1) 손, 손가락, 엄지손가락을 사용해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수작업을 할 수 있는 특이한 능력과, (2) 입, 입술, 혀, 안면 근육을 사용해서 말을 할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부여해 준다.—기튼 저, 「의과 생리학 교본」(Textbook of Medical Physiology). 의사소통에는 손이 담당하는 역할(쓰기, 정상적인 몸짓, 수화)도 있지만, 대개 입이 주된 역할을 하며, 운동 피질의 반 이상은 의사소통 기관을 조종하는 데 사용된다. 

혀, 입술, 턱, 목구멍, 가슴에 있는 약 100개의 근육이 협력하여 무수히 많은 소리를 내게 하는데, 한 개의 뇌 세포가 운동선수의 장딴지 근에 있는 2000개의 섬유를 조종하는 데 비해, 성대가 있는 후두를 제어하는 뇌 세포들은 겨우 두세 개의 근섬유만 집중적으로 조종한다. 

그런데,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인출하여 말로 표현하는 과정은 단순하지가 않다. 

평상시에는 잘 생각나던 영어 단어나 문장이 원어민과 대화중에 영어로 말을 해야 할 순간에는 혀끝에서 맴돌기만 하고 잘 생각이 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는 경험을 수없이 해 보았을 것이다. 

두뇌의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영어단어나 문장)가 필요한 때 순간적으로 말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로카영역(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인출하는데 성공하려면 충분한 인출 단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 언어를 인지하여 장기기억에 저장할 때의 단서와 인출해서 꺼내려 할 때의 단서가 일치해야 한다. 

읽기, 쓰기를 통해 단어나 문장을 암기 방식으로 인지하여 장기기억에 저장했는데, 그 정보를 원어민과 대화중에 말하는 방식으로 꺼내려 한다면 저장할 때와 인출할 때의 단서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할 때 즉시 말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아마 문장을 읽고 답을 적으라는 방식의 단서를 제시하면 정보를 쉽게 인출하여 영어로 적을 수 있는데, 이것은 언어를 인지하여 저장할 때의 방식(단서)과 인출할 때의 방식(단서)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어구를 말할 때마다 각기 그에 맞는 근운동 방식이 있는데, 여러 근육들이 어느 정도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그리고 극히 짧은 순간까지도 얼마나 정확히 시간 조절을 하느냐에 따라, 하나의 표현도 전달하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언어 전문가인 윌리엄 H. 퍼킨스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안락한 상태에서, 우리는 매초 약 14개의 음을 내는 속도로 말한다. 그 속도는 우리가 혀나 입술이나 턱 또는 언어 기관의 다른 어느 부분을 개별적으로 움직일 때 낼 수 있는 속도보다 두 배나 빠르다. 

그런데 말을 하기 위해 언어 기관 전체를 함께 움직이면, 그 모든 부분은 능숙한 타이피스트나 연주회의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처럼 움직인다. 언어 기관의 움직임은 악기들이 절묘하게 시간을 조절하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뇌의 특성을 이해하면,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려면 읽기, 쓰기 방식을 통한 암기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모국어를 배울 때처럼 원어민과 직접 대화하는 방식으로 언어(영어)를 인지(이해)하여 장기기억에 저장하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원어민과 대화할 때 필요한 상황에서 영어가 한국말처럼 즉시 튀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신생아가 처음에는 듣기밖에 할 수 없지만, 단어나 짧은 문장을 말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듣기 따로 말하기 따로가 아니라 듣기말하기를 동시에 훈련하며, 실수와 수정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어휘와 패턴을 늘려(장기기억)가게 된다.

피아니스트가 악보를 암기했다고 해서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아이들이 영어단어와 문장을 암기했다고 해서 영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없다.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두뇌의 운동피질이 명령하는 대로 악보와 일치하게 손가락이 건반을 두드릴 수 있도록 수없이 많은 훈련(연습)을 해야 하는 것처럼,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려면 두뇌의 운동피질이 문법에 맞추어 정확한 영어 발음을 하도록 성대 기관 근육(영어말하기)을 수없이 많이 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린아이들은 모국어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이 훈련을 매일 반복하게 되지만, 이미 한국어를 모국어로 습득한 아이들이 제2언어(영어)를 습득할 때는, 의도적으로 영어로 듣고말하는 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한국 아이들이 10년 이상 영어를 배우고 연간 16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사교육비를 쓰면서 도 영어말하기가 안 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영어 단어나 문장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학습하여 두뇌에 저장했기 때문에, 두뇌가 장기 저장된 영어 정보를 말로 인출하도록 하는 단서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영어말하기가 안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어를 배울 때 모국어 방식으로 훈련하지 않고서는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말로 인출할 수 없는 암기 방식으로 영어를 인지하여 장기저장을 해 놓고서 말하는 방식으로 인출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두뇌가 할 수 없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사회의 일각에서 비난의 여론도 있지만, 영어권으로 조기유학 보내는 경우, 자녀의 두뇌는 영어를 말로 인출하게 하는 단서와 일치한 방식으로 영어를 인지하여 장기기억에 저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1~2년 정도 한국말을 사용하지 않고 영어로 듣고 말하는 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인지하여 장기저장(단서)한 아이들은 원어민과 대화하면서 영어를 한국말처럼 유창하게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동안 테잎이나 동영상을 통해 듣고 따라하기 방식으로 훈련을 많이 시켰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근에는 IT융합기술로 실제 원어민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몰입하여 영어로 듣고 대답하는 훈련이 가능한 프로그램도 등장하여 조기유학을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말을 유창하게 하는 데는 또 다른 요인들이 관련되어 있다. 목소리의 어조는 지금 기분이 좋은지, 흥분해 있는지, 따분해하고 있는지, 급한 일이 있는지, 화가 나 있는지, 슬픈지, 놀랐는지 등을 반영하고, 더 나아가 그러한 감정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까지도 나타낼 수 있다. 

뇌의 또 다른 영역인 감각피질에서 말에 담긴 감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처럼, 두뇌의 여러 부분이 동시에 작용하여 언어(영어)를 습득하여 의사소통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