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별 ]/비만

렙틴을 알면 ‘비만’ 두렵지 않아

유니시티황 2018. 3. 4. 04:02


렙틴을 알면 ‘비만’ 두렵지 않아


음식은 인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다. 공기를 들이 마시고 물만 들이키고는 결코 살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만 공급 받으면 될 터인데 종종 그 선을 넘는다. 비만은 그 선을 과도하게 넘은 사람에게서 생긴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음식을 많이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한다. 때론 과식을 넘어 탐식을 한다.

비만은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심각한 건강 위협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에서는 1970~80년대부터 본격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이후 비만이 조기 사망과 건강 악화 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정 효소 한 가지가 없으면 포만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식사량이 증가하고 그 결과 체중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사이언스’에 실려 눈길을 끌었다. 재미 한국인 과학자인 홍인기 박사후연구원(Post-doc)을 비롯한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오글루낵 트랜스퍼레이즈(O―GlcNAc transferase·OGT)’란 효소가 신경세포의 시냅스를 조절해 포만감 신호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포만감과 비만의 과학에 도전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Jackson과 Douglas Coleman 등은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배고픔과 에너지 소비를 조절하는 호르몬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게걸스럽게 먹고 뚱뚱해진다는 것을 관찰했다. 1990년대에는 Rudolph Leibel과 Jeffrey M. Friedman이 비만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는데 성공했다.

몸에서 렙틴을 만들어내지 못해 뚱뚱해진 생쥐(왼쪽)와 정상 생쥐(오른쪽). ⓒ 위키피디아

몸에서 렙틴을 만들어내지 못해 뚱뚱해진 생쥐(왼쪽)와 정상 생쥐(오른쪽). ⓒ 위키피디아

하지만 사람은 달랐다. 1995년 Jose F. Caro 연구팀은 생쥐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비만유전자 돌연변이는 사람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인체 비만에서는 비만유전자 발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했다. Roger Guillemin과 Friedman은 이 새로운 호르몬에 렙틴(leptin)이란 이름을 붙였다.

렙틴은 얇다(thin)라는 뜻의 그리스어 λεπτός(leptos)에서 유래한 말로 포만 호르몬을 말한다. 이 호르몬은 배고픔을 억제함으로써 인체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 것을 도우며 지방세포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렐린(ghrelin)은 렙틴과 반대되는 작용을 하는 배고픔 호르몬, 즉 식욕 자극 호르몬이다. 이 두 호르몬 모두 에너지 항상성(homeostasis)을 얻기 위한 것으로 시상하부의 활 모양 핵에 있는 수용체 상에서 작용한다.

렙틴은 지방 저장을 조절하는 일차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와 함께 지방세포 이외의 장소에서도 렙틴 합성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미루어 다른 생리적 과정에서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상하부 세포 외 다양한 세포 형태들도 렙틴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하지만 렙틴의 다른 부가적 기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비만 유전자와 렙틴 유전자는 우리의 7번 염색체 상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람 렙틴은 167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16킬로달톤(kDa)의 질량을 지닌 단백질이다.

렙틴은 지방 세포량에 선형적으로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한다. 핏속 렙틴 농도는 한밤중과 이른 아침 사이에 가장 높다. 한밤중에 식욕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오랫동안 낮에 먹고 저녁에는 잠자는 생활을 해왔는데 핏속 렙틴 농도의 주간 리듬은 이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렙틴 단백질을 3차원 입체 구조 모습으로 그린 그림. ⓒ 위키피디아

렙틴 단백질을 3차원 입체 구조 모습으로 그린 그림. ⓒ 위키피디아

렙틴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비만을 퇴치하기 위한 과학적 전략을 제시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과식을 부르는 음식’으로는 술, 흰 파스타, 프렌치프라이, 피자, 흰빵, 인공 감미료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술은 3잔만 마셔도 렙틴이 30%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은 뇌에 직접적 지장을 줌으로써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흔히들 ‘술살 똥배’란 말을 하는데 나름의 과학적 이유가 있는 것이다.

렙틴의 분비가 줄면 식욕이 올라 과식하게 되고, 과잉 섭취된 열량이 지방으로 누적될수록 렙틴 분비량이 증가해 렙틴 저항성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먹게 된다. 고도비만자에게서 비만이 멈추지 않고 심지어는 200~300킬로그램까지 몸무게가 느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천천히 오래 씹어 먹어야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도 렙틴 과학을 활용한 다이어트 지혜이다. 렙틴은 식사한 지 20분이 지나야 분비되기 시작해 포만감을 느끼게 해준다. 다이어트에서 삼시세끼를 제때 먹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도 과학적 근거를 지니고 있다. 아침 식사를 거르면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이 증가해 섭취 칼로리가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렙틴은 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잠이 모자랄수록 렙틴의 분비가 줄어들게 돼 식욕 증가로 이어지므로 하루 7~8시간 숙면하는 것은 적당한 몸매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출처] http://www.sciencetimes.co.kr/